겨자빛 보름달이 지고,
붉은 해가 떠오른다.
해는 날마다 북쪽으로 성큼성큼 옮겨간다. 여름이 오기 전에 저 산을 넘으려나.
아픈 엄마가 일어나서 마당에 풀을 벤다. 분홍빛 사랑초가 활짝 피었다.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며칠간 폭우가 내리더니 새벽 바다로 가는 길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드디어 가을이 왔다! 하늘은 흐리고 태양이 뜨지 않았다. 하늘과 바다는 창백하다.
일요일인데 동네 주민들이 십여분 바닷가에 벌초하러 나왔다. 제초기 풀베는 소리로 그림 그리는 내내 시끄러웠지만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주위를 말끔하게 정리해 주시니 고맙다.
비가 좀 내렸는데 평상에 지붕이 있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것도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잿빛 구름 사이로 선홍빛 햇살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금새 사라졌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렸다.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태양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고
점점 일찍 뜬다
그림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유화색이 깊어지고
붓질이 빠르고 투철해 진다
꽃샘추위 눈보라 속에서도
유채꽃 피었는데
풍전등화같은 우리 나라
우리는 어제보다 성숙해지고 있을까?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꽃샘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계절은 겨울로 돌아가지 않는다.
바람은 봄으로 봄으로 분다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 바다
유채꽃, 갯무우꽃
환하게 피어
나를 반겨준다
우뚝 선 한라산
나즈막한 고근산
수 천 년
파도소리를 듣는다
수 만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파도야
죽음이
이리 가까이 왔느냐
다시 힘차게 일어나라
파도야 파도야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한라산에서 물이 많이 내려와서 계단식 논을 따라 바다로 흘러갔는데 참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많은 물을 다 지하를 파서 흘러가게 하고 그곳을 개발하여 관광지로 만들었다고 했다. 계단식 논이 있던 바닷가의 풍경을 상상하니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안타깝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는 눈 앞의 이익에 빠져 긴 안목으로 아끼고 보존할 줄 모른다.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되면 관광지로도 더 귀한 유산이 될것을!
제2공항 건설에 나는 반대한다. 동쪽에 아름다운 오름들이 다 사라진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제주도는 삼다도라 하는데 그 세가지 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바로 신들이다. 남자들이 배타고 나가서 많이 죽으니까 신을 안 찾을 수가 없다고. 그래서 산도 집도 길도 바위도 문에도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 신들이 지켜준다고 믿었다. 제주에는 일 년에 한 번 신구간이 있다. 그 일주일에 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는데 (신들도 새해 인사이동을 한다) 그 사이에 이사를 한다. 이사를 한 후 신이 내려오면 그 집을 그대로 잘 지켜주리라 믿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그걸 믿지 않지만 제주는 그런 곳이라고 알려주셨다.
신들의 땅! 신들이 보호해주는 이 곳! 인간이 어머니 자연 앞에서 더 겸손하고 욕심도 줄였으면 좋겠다. 삶에서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이 땅은 우리가 잠시 살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사진출처 – 성북구립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