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황신원 큐레이터

허윤희는 일상의 관심,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수행적인 드로잉 작업으로 보여준다. 일기와 같은 그의 드로잉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담겨있다. 사루비아 전시에서는 지나간 과거와 파묻힌 일상의 답답함을 털어내고 근원적인 자연의 생생함과 생의 약동(elan vital)을 표현하고자 했다. 30일 동안 수없이 많은 모티프들을 그리고 지우는 지난한 작업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평면 드로잉에 3차원의 공간감을 불어넣는 입체적 드로잉의 전초 작업이었으며, 전시장은 작가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기억하고 그 단편들을 담아 흘려보내는 상념의 공간이었다. 그 결과 물리적 흔적이 벽면의 드로잉과 목탄 부스러기로 남겨지게 되었고 관람객은 그 흔적을 거닐며 또 다른 자취를 남기고 사라진다. 한 달 동안의 “날들의 흔적”은 작은 전시 공간에서 영상으로 기억되어 있을 뿐 그 잔영만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흔적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 우리의 기억속에 여운을 남기는 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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